요요이문록 - 외전 No. 1
그녀와 유카리가 관련되었던 여러가지 일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색은 안했지만 조금은 불안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환상향의 질서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었다.
주변 요괴들 중에는 간혹 새로움에 목말라있었기에 레이무가 죽지 않고 영원히 그들과 함께 놀아주길 원했다. 물론 결과는 언제나 맞아 터지고 자신들이 당하는 일상이었을지라도 그 쪽이 조금 더 즐거웠다고 생각했었다.
그에 비해 레이무는 당당하게 그들의 의견을 일축했다. 자신은 ‘인간 무녀’ 라고. 그 말투로 보건대, 분명 인간 이라는 단어에 큰 강조가 들어있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어느 누구에게나 동등하고 한결 같은 웃음을 지으며 환상향을 고고하게 바라보던 무녀였지만 인간으로서의 즐거움을 마지막까지 누리고 싶어했다.
어차피 새로운 봉래의 약을 만들어 내민다 할지라도 먹을리 없었다. 영원정의 천재 약사도 은근히 그런 의사를 뒤로 은근히 찔러봤다고 한다.
물론이거니와 레이무는 싸늘하게 그 요청을 거절했다.
“난 요괴가 되고싶지 않아.”
“어머, 봉래약을 먹고서도 인간이라 생각하고 쏘다니는 녀석도 있는걸?”
“아아. 뭐… 됬어. 그냥 물러날 때를 알고 가는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하쿠레이 레이무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했던 인간은 없었다. 인간이 죽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섭리이기에. 쓸데없이 난리 법썩을 떨며 떼를 부리던 흑백의 보통 마법사도 결국엔 납득했던 사실이었다.
레이무의 최종 결정에 대해 다른 요괴들도 이해했다. 죽음에 대해서, 인간과는 조금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지만 적어도 마지막으로 물러나는 그녀를 존중해줘야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했다.
단 하나의 요괴를 제외하고는.
“…….”
“헤헤. 유카리 미안.”
“레이무….”
“숨이 가프다. 이대로 잠시 눈을 감고 숨을 멈춘다면, 자유로와질 수 있을 것 같아.”
“아아….”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 부탁이 있어.”
“…?”
“키스. 해줄 수 있을까.”
금빛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레이무의 얼굴에 드리워졌다. 그것은 아무 소리도 없었고 어느 흐느낌의 소리 또한 없었다.
“이 키스, 영원히 간직할게.”
“…안돼… 레이무….”
“그러면, 안녕. 유카리.”
하지만 역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어차피 인간은 죽는데. 후훗.
피안에서 염마님도 꽤나 골치 아팠던 모양이었다.
60년 주기의 대결계 사건 이후로 만날 일 없었던 환상향의 무녀가 혼맥이 된 채 유유히 걸어왔으니. 놀라기도 많이 놀랐는지, 본인의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을만한 범위가 아니라고 바로 판결을 해버린 듯 했다.
주변의 다른 염마들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어쨌든 그 혼의 흑백을 가리는 것은 담당 염마의 고유 재량권과 같다. 결정에 대해서 번복할 수도 없으며 감히 간섭해서도 안되는 절대 불명의 룰.
“여기에 저보다 훨씬 더 당신을 관리해주실 수 있는 분이 살고있습니다. 아니 죽은 존재이니 살아있다고 하는 표현은 조금 어색하군요. 어쨋거나 명계로 가십시오. 그녀가 반갑게 맞아줄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오게 된거란 말씀이야.”
“호호호. 그랬군요. 어쨌든 어서오세요. 봄에 가끔 열리는 명계의 벚꽃 연회가 아니고선 이렇게 볼 일도 흔치 않네요.”
“응. 그나저나 기분이 묘한데. 영혼이 명계에 오면 이런 기분이구나.”
“역시 비범하신 하쿠레이의 무녀시군요. 아니, 무녀 였었던 거지만.”
“시끄러운 염마 녀석보다 이쪽이 더 조용하고 편할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마는 않은 것 같아. 있어서는 안될 곳에 있는 느낌이고. 으음. 뭐지 이 엄청난 위화감은?”
레이무는 갸우뚱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고보면 명계는 크게 계절 변화가 없었던 것 같다. 여전히 잘 정돈된 정원수들과 갖가지 색깔로 뽐내고 있는 꽃들. 어디가 끝일지 모르는 거대한 명계.
아아, 갑갑하고 좁은 지상의 환상향과 많이 다르기 때문인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유유코를 바라보았다.
“이 꽃, 어때요? 아름답죠?”
유유코는 조심스럽게 꽃을 하나 꺾었다.
“피안에서 명계로 넘어오는 혼들은 이렇게 명계에 작은 꽃을 하나씩 피워요. 그리고는 예쁘게 이 곳을 물들이죠. 살아있을 적의 업을 뿌리에 두고 있기 때문에 보통은 그 사람의 색을 따라간다고 하네요.”
“그러면 여기 어딘가에 내 꽃도 있겠네. 아, 아직 온지 얼마 안되서 없으려나?”
“그럴리가요. 여기 이렇게.”
유유코는 두 손을 내밀었다.
“그 꽃, 내꺼……?”
“네. 그래요. 찬찬히 살펴보세요. 영롱하게 피어오른 붉은 꽃. 게다가 이렇게 코를 가까이 대지 않아도 향긋한 내음새가 투명한 공기를 타고 저 명계 끝까지 퍼져나갈 것만 같아요.”
레이무는 멀찍이 걸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유유코에게로 몸을 틀었다. 헤에. 제법 화려한 꽃이구나 하고 고개를 몇번 끄덕이던 찰나, 레이무는 퍼뜩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어레. 근데 그거 그렇게 꺾어도 되는거야?”
“자. 여기 꽃잎을 세어볼까요. 한 개. 두 개. 세 개. 후훗.”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꽃잎을 뽑기 시작하는 유유코는 그저 싱글싱글 웃으며 자신의 행동을 계속 이어나갔다. 점점 빨라지는 손놀림. 레이무는 당황한 나머지 유유코의 손목을 강하게 낚아채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어머. 이렇게 거세게 잡으시면 아프잖아요.”
유유코는 꽃을 들고 있는 자신의 손을 잡고 무언가 항의의 말을 하는 레이무를 그대로 뒤로 확 밀어버렸다. 평상시의 반쯤 넋이 나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농담따먹기를 즐겨하던 명계의 공주님의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법한 힘이 레이무의 어깨에 전달되었다. 거센 흔들림에 못이겨 겨우 세네개 꽃잎만이 간신히 제자리에 매달려 자신이 꽃의 일부였다는 것을 나타냈다.
“그러니까.”
유유코는 움켜쥐고 있던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넌 영혼이고, 더 이상 하쿠레이의 무녀가 아니야.”
마지막 꽃잎이 제 힘을 잃고 하늘하늘 떨어졌다.
“여기가 명계라는걸 잊은 모양이네?”
“유, 유유코. 이게 무슨…!”
“아참~ 아까 말해주지 않아서 미안해. 이 꽃 말야? 꽃잎이 시들어버리면 피안도, 명계도, 천계도, 지옥도 갈 수 없는 멸혼이 된다고 해. 특히 내 손에서 사라지게된 영혼은 더더욱.”
“읏. 으아아아악!!”
팔다리에서 투명한 가루가 흩날리면서 레이무의 영혼이 조금씩 사라져갔다.
“바보. 그러니까 조금만 더 얌전하게 있었으면 조금 더 나랑 대화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잖니.”
“너 어째서 나한테 이런 미친 짓을!”
“으응. 그렇지 않아. 이건 명계의 공주의 고유한 권리.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그런 것. 그러니까 애초에 내 물건에 손을 대서는 안됬어.”
유유코는 조용히 팔을 뻗어 레이무의 입술에 손가락을 대었다.
“여기. 내 것을 맛보니까 그렇게 좋았어?”
“무, 무슨 소리를…!!”
“야쿠모 유카리는 내 것이야.”
“큭, 젠장! 맨 처음부터 네가 노리고 했던 짓이었구나.”
“오해야. 정말이지 끝까지 바보같아. 염마님이 너를 나에게 보낸건 그녀 스스로의 판결이었고 그 덕에 나는 언젠가 얼마 되지 않았던 과거에 너에게 빼앗긴 유카리를 돌려받는 것일 뿐.”
“…유유코. 너…. 읍….”
레이무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미 하반신과 팔의 대부분은 소멸되었고 남은 부분이라고는 어깨 일부와 얼굴. 그리고 그 얼굴에 유유코는 거칠게 입술을 대었다.
“읍, 읏, 이거 놓지 못, 윽…!”
반항할 수 조차 없는 몸으로 레이무는 괴롭게 눈을 깜빡였다. 갑갑하게 조여드는 숨은 유유코의 입막음 때문인지 아니면 이미 잃어버린 상반신 때문인건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희미해지는 기억을 더듬었다. 한올의 더러움도 묻히지 않았을 새하얀 장갑이, 붉은 리본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유카리를 만났다. 퇴치해야하는 요괴일 뿐인 존재였다. 그렇게 구박받고 얻어맞으면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신사에 찾아와 어슬렁대는 그녀가 싫지마는 않았다. 익숙해진다는건 참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기에 요괴도 친구로서 지낼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조금씩 다가와 닫혀진 마음의 문을 비집고 들어오는 그녀를 막고싶었다. 처음에 유카리를 멀리했던건 실은 그 망령이 언젠가 뒷덜미를 잡을 것만 같다는 본능적인 거부감이 분명히 있었다. 천년을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오래살았을지도 모르는 아쿠모 유카리라는 요괴의 뒤에 항상 아른거리는 그녀가 신경쓰였다.
그런 걱정마저도 유카리의 곁에 있으면 봄바람에 눈이 녹아내리듯 사그러들었으니까. 그렇기에 레이무는 언제나 유카리와 함께였다.
하지만 이건 분명 잘못되었다.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장난이다.
“후훗. 다행이다. 레이무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유카리의 키스. 이제 내가 돌려 받았으니까. 영원히 사라지기 전, 최후의 키스가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의 옛 연인의 것이라니. 행복하지 않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미 말이라는 수단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신체 기관은 사라졌다. 레이무는 마지막 눈물 한방울을 조용히 바닥에 떨궜다.
“어리석어, 유카리는. 어차피 인간은 죽는건데.”
***
“어서와 유카리. 어쩐지 굉장히 오래간만에 들린 것 같네.”
붉은 노을이 질 무렵 유카리는 곧 쓰러질 듯 힘이 쭉 빠진 어깨를 한 채 백옥루를 방문했다. 그러게. 오래간만이야 라는 말을 뱉었지만 입에서 작은 소리로 웅얼거렸을 뿐이었다.
피곤하다. 여느 때라면 하쿠레이 신사에 가서 편히 몸을 뉘이고 따스한 차를 대접받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없는 신사는 그다지 의미를 갖지 않기에 유카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백옥루를 찾았다. 가장 오래된 친구 중 하나이며 아주 옛날에 사랑했던 사람이 살던 그곳을.
“요우무. 가벼운 다과상을 부탁할게.”
“엇, 안녕하세요. 유카리님. 무척이나 피곤해보이시네요. 잠도 못 주무신 것처럼 얼굴이 좋지 않으세요. 무슨 일 있으셨나요?”
“아휴 참 요우무! 냉큼 다녀오지 않고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거야?”
“히잉 죄송합니다 유유코님. 금방 내오겠습니다.”
이래서 요우무는 아직도 멀었다니까. 투덜투덜 잔소리를 시작하는 유유코를 바라보았다. 백옥루는 변한 것 없이 여전하구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 실은 환상향 전체는 몇십년마다 한번씩 당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하쿠레이의 무녀의 교대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기간 살아왔으니 당연하게 생각할만한 일이다.
요우무나 유유코가 그녀의 죽음에 대해서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얘, 유카리. 어디 안좋은거야? 혈색이 좋지 않아.”
“아아…. 뭐 그냥. 이러저러한 일이 좀 있었어.”
유카리는 유유코 옆에 살짝 거리를 두고 앉았다. 요우무가 무언가를 내오는 동안 둘은 아무 말 없이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요 철딱서니 없는 반인반령이 헛걸음쳐 찻상을 유카리 치마에 엎기 전 까지.
“우에엣. 이를 어쩌지. 죄송합니다 유카리님. 으앙.”
“우…. 흠뻑 젖어버렸어.”
“요우무! 평소에 정신줄 놓고 다니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잘못했습니다. 유유코님. 으앙. ㅠㅠ”
“괜찮아. 요우무.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되. 평소라면 이쯤이야 피할 수도 있었을텐데 묘하게 정신머리가 없어서 피하지 못한 내 잘못도 있는거니까. 그러니까 유유코도 너무 요우무를 괴롭히지 말아줘.”
찡그린 표정에 억지로 웃음을 띄우며 유카리는 오히려 유유코를 달래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채 어쩔줄 몰라하는 요우무에게 유유코는 방 구석에 가서 근신하라는 명령했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덜 풀렸는지 하얀 손수건을 꺼내어 유카리의 옷을 닦아주었다.
“그래도 금방 닦아내니 제법 빨리 마르겠는걸?”
“응. 요우무에게 감사해야겠어. 덕분에 정신이 확 깼지 뭐야. 하핫.”
“유카리.”
“응? 어엇….”
“잠시 누워있어도 괜찮아. 그 편이 옷이 마르기에 편할 테니.”
유유코는 유카리의 어깨를 끌어당겨 머리를 무릎 위에 뉘었다. 반짝이는 블론드의 풍성한 머릿결이 닿자 유유코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해가 지고 빛이 어스름하게 남아있는데도 머리카락은 그 아름다운 빛을 잃지 않는다.
네 마음도 언제나 이렇게 별처럼 반짝이고 있겠지. 천년전부터 나를 위해서….
“하쿠레이의 무녀가 죽었대.”
“알고 있었구나. 유유코.”
“이래뵈도 명계의 공주님이야. 염마님과는 조금 다르지만 일단은 영혼들을 관리하고 있는 입장이니까 말이지.”
가만히 손을 뻗어 머리카락 사이에 손가락을 끼워넣어보았다. 사르륵 기분 좋게 흘러내린다. 유유코는 가벼운 웃음을 띄운 채 유카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레이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유카리는 이내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눈을 감고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팔을 들어 눈 위를 덮어 가렸다.
“무슨 생각해?”
“어…. 아냐. 아무것도.”
“레이무가 보고싶어?”
“…….”
유유코는 얼굴을 가린 유카리의 팔을 들어 자기 손 위에 가만히 올렸다. 눈을 감았지만 분명 두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고여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기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건, 아니면 아끼는 옷에 요우무가 엎질러서 아쉬움에 흘리는 눈물이건간에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이해하기 어렵다. 고작 무녀 한명이 죽었다고 이런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
“유유코. 난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응?”
“……이젠 지쳤어. 눈을 감아도 그 아이의 해맑은 눈동자가 떠올라. 새하얗고 고운 옷이, 빨갛고 탐스러워 항상 만져주고 싶었던 그 리본이 기억나.”
“유카리….”
유카리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껴 울었다.
요괴와 인간의 사랑이라는건 항상 이렇다. 요괴는 그리움을 품에 안고 언제 죽지 모르는 명을 다해 살아간다. 지루하고 덧없는 삶에 잠시동안 한줄기 빛으로 다가오는 짧은 사랑은 격렬할수록 아픔은 더해간다. 그것이 그들의 사랑이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였다. 가볍게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랑이다.
유유코는 그런 유카리의 어깨를 가만히 토닥일 뿐이었다.
“그러고보니까 염마님께서 하쿠레이의 무녀 영혼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하시면서 명계에 보내셨었어.”
“뭐라고?!”
“응. 그리곤 아까까지만 해도 나와 함께 있었는걸.”
유카리는 눈물범벅이 된 고개를 들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손으로 유유코의 어깨를 붙잡고 재촉하는 듯이 흔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다시한번 말해봐.”
“우응. 어지러워. 이거 놓고 말해.”
유카리는 유유코의 말에 살짝 지나치게 흥분했는지 유유코가 눈앞이 핑글 돌고 어지러움을 호소할 때까지 정신없이 어깨를 쥐고 흔들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유유코가 말할 틈새도 없이 유카리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러니까. 명계에 레이무가 왔었다는거지?”
“…아. 그랬지. 응.”
“어디있어. 지금 어디있냐고.”
“없어.”
“……뭐?”
“없어. 명계에도. 그 어디에도.”
“그게 무슨 소리야. 있었다며. 왔었다며 이 곳에. 너와 같이 있었다고 했잖아!”
유카리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 윽박 지르듯이 유유코에게 내뱉었다. 그 소리에 눈을 살짝 찡그렸다가 다시 뜨면서 유유코는 싱긋 웃음을 지었다.
“응. 내가 레이무를 없애버렸어. 영원히 살아나지 않도록.”
“그, 그런…. 말도 안되는…”
“당연하잖아? 유카리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인걸.”
“유유코. 너 그게 무슨 짓인지 알고있기나 한거야?”
“나는 명계의 관리자. 죽어서 명계로 건너온 영혼은 모두 내 아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하쿠레이 레이무도 죽어서 이 곳으로 온 이상, 결코 나를 능가할 수 없어. 그런데 말야. 레이무는 살아서 쭈욱 잘못한게 있었거든. 어떻게 나와 유카리의 사이를 멀리 만들었을까? 어느샌가 정신을 차려보면 유카리는 하쿠레이 신사에 가 있었어. 그리곤 이 곳을 찾는 횟수도 점점 줄었지. 아 그래. 연회를 연다든가 꽃놀이를 온다던가 할 때는 왔었다. 하지만 그 때 마다 날 보러 오는게 아니었어. 유카리는 레이무를 곁에 두고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있었어. 거긴 원래 내 자리였는데.”
“…설마. 그런 이유로….”
눈 앞에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생글생글 웃고 있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까. 유카리는 그저 이를 꽉 물었다.
“그거 알아. 유카리?”
“……?”
“정말 당연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한번도 말한 적은 없지만 말야. 유카리는 사랑하던 사람이 죽는 날엔 항상 날 찾아왔다는 거.”
“…….”
“그래서 난 생각했어. 아! 죽는다는 건 이처럼 허무한데. 유카리는 어쩜 그렇게 바보 같은 걸까나. 어차피 내 곁으로 돌아올 거면서 왜 다른 사람에게 눈길을 줬던걸까 하고 말야.”
“유유코….”
“그래서 괜찮다고 생각했어. 죽고 죽고 또 죽으면, 결국 유카리는 내 곁으로 다시 돌아와. 내가 먼저 달려가서 널 찾지 않아도 내 곁으로 돌아오니까. 응. 그래서 레이무와 함께 다닐 때도 그저 뒤에서 웃으면서 기다렸어. 후훗.”
“난 네게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나한테 왜이러는거야. 유유코. 모르겠다. 이젠.”
“굳이 복잡하게 생각하려 하지 않아도 되어. 그냥 지금처럼 쭈욱 영원히 내 곁에 있어주면 되는거야.”
“내게는 레이무도 소중한 사람이었어!”
“봉래인은 봉래인을 사랑해 영원한 수명에 지루함을 달랠 수 있지. 인간은 인간을 사랑해 짧은 목숨을 화려하게 불태우고 세상을 떠나면 되어. 요괴는, 요괴는 일부러 목숨을 끊지 않는 한 지루하리만큼 기나긴 존재. 봉래인보다 짧지만 인간보다 길지. 그런 애매모호한 요괴에겐 요괴가 가장 잘 어울리지 않겠어?”
유유코는 팔을 뻗어 유카리의 목에 걸었다. 두번 다시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팔은 조금씩 거리를 좁혀 옭아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한 손으로 유카리의 볼을 따라 흐르는 눈물을 살며시 받아내었다. 괴로움이 흠뻑 녹아든 눈물은 여느때보다 반짝였고 유유코는 기쁨에 가득차 화사하게 웃었다.
“나는 유카리와 가장 친한 친구, 그러니까 유카리도 나를 제일 친한 친구로 생각하는거야. 응! 그걸로 충분해!”
동방중구난방 vol.2 회지에 냈었던 요요이문록 외전입니다 (..) 넘버링이니 이후에 추가될지도..